꽃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끝나고
비 한방울 내리잖은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움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꽃/이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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