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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싸움 /한용운

물망초원 2017. 8. 12. 13:11

꽃싸움 /한용운

 

당신은 두견화를 심을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맹세를 잊으시고 아니오십니까

 

나는 한 손으로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자고 하여서 이기는 것은

단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이 지십니다

그것은 나에게 지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겠 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한용님의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