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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조치훈

물망초원 2024. 10. 19. 13:41

승무 /조치훈

 

앏은 사 하얀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꼬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이 날아가며 사뿐이 접엉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은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냥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자새우는 삼경인대

얇은 사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승무/조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