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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김소월

by 물망초원 2012. 11. 20.

초혼/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