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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by 물망초원 2018. 6. 16.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소

-노천명 님의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