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승무/조지훈

by 물망초원 2022. 8. 28.

승무/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 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시뿐이

접어 오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볓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은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도리도 지세우는 심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을 고이

접어 나빌레라

-승무/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