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 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시뿐이
접어 오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볓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은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도리도 지세우는 심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을 고이
접어 나빌레라
-승무/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