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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날의 편지/이해인

by 물망초원 2016. 11. 26.

슬픈날의 편지/이해인

 

모래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 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 들이며

기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돤 위로이며 기도 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 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 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 하십시오

-이해인님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