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새해 아침에/이해인

by 물망초원 2024. 1. 13.

새해 아침에/이해인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 

볼 때의 그 순걸 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재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 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 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 저고리에

자주빛 끝동을 단다 아름다운 사랑아

 

-새해 아침에/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