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이해인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
볼 때의 그 순걸 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재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 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 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 저고리에
자주빛 끝동을 단다 아름다운 사랑아
-새해 아침에/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