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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김소월

by 물망초원 2016. 4. 17.

산위에/김소월

 

산 위에 올라서서 바라다보면

가로막힌 바다를 마주 건너서

임 계시는 마음이 내 눈 앞으로

꿈 하늘 하늘같이 떠오릅니다

 

흰모래 모래 비낀 선창가에는

한가한 뱃노래가 멀리 잦으며

날 저물고 안개는 깊이 덮여서

흩어지는 물꽃뿐 아득합니다

 

이윽고 밤 어둡는 물새가 울면

물결 좇아 하나 둘 배는 떠나서

저멀리 한바다로 아주 바다로

마치 가랑잎같이 떠나갑니다

 

나는 혼자 산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 해 붉은 별에 몸을 씻으며

귀 기을이고 솔곳이 엿듣노라면

임 계신 창 아래로 가는 물노래

 

흔들어 깨우치는 물노래에는

내 임이 놀라 일어찾으신대도

내 몸은 산위에서 그산 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

-김소월님의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