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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편지/김소월

by 물망초원 2011. 9. 23.

밤 편지/김소월

 

편지을 쓰게 해다오...

이 날의 할말을 마치고 늙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다음 날마다 한구절씩

깊은밤에  편지을  쓰게 해다오 밤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을 촛불에 불리는 나직히

습한 들을 침상에 적시이게 해다오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

가슴저려 가슴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 이 깊을 수록 삶의 달갑고 절실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못 쓸 유언 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일임을

이또한  적어두게해다오

 

눈오는 날엔 눈밭에 섞여

바람부는 날엔 바람결에 실려

땅 끝까지 돌아서 오는 여혼의 밤 외출도

후련히 털어놓게해다오

 

어느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 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