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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갔은거야 / 묵현스님

by 물망초원 2012. 8. 5.

  
바람갔은거야 / 묵현스님
     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 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 뜨리 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 인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