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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빛/이해인

by 물망초원 2020. 12. 27.

말의 빛/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 라는 말은

억지을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 하는말은

 

언제나 부담없이는

청청한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 라는 말는 말은

부끄러워서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말의 빛/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