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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김소월

by 물망초원 2013. 9. 17.

 고향/김소월

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사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세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것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아 쑴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새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샘물 위에 떠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차차 마주 붙어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이거든

고향이 탓이 되어

부모님 기억 동생들 생각

꿈이라도 항상 그곳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 속에 있습니다

마음 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넋이 있습니다

 

물결에 떠내려간 부평 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의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은 천애일방 헤매지 말고

넔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김소월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