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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도종환

by 물망초원 2012. 8. 15.

개울/도종환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안다

산골짝에서 이름없는 돌먕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없이

닞은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기인줄 안다

몰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닞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는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있는줄로 안다

쏘가라나 피래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속 그 속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것이다

제가 곧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였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닿아 있다는걸

살아 움직이며 쉼없이 흐른다면...

 

(도종환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꽃이 어디있으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