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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이해인

by 물망초원 2022. 10. 1.

가을의 노래/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나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 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없이

강이 흐르고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 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 겠구나

 

잎이 잘때마다 한웅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ㅝㄴ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세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한을은 높아가고 기도는 깊어가네

-가을 노래/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