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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물망초원 2012. 1. 6. 15:21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싶소

초가 지붕엔 박넝굴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심고

들장미로 울타리 엮어

마당엔 하늘을 들여놓고

밤이면 별을 들려놓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외롭지

않겠오

지차가 지나는 마을

놋양푼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좋은 사람과 밤이 늦 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