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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녀음/허난 설헌

물망초원 2023. 1. 29. 11:55

빈녀음/허난 설헌

얼굴맵시야 어찌 남에게 떨어지리오
바느질 길쌈솜씨 모두 좋은데

가난 한 집안에서 자라난 탓에
중매할미 모두 나를 몰라 준다오
춥고 굶주려도 얼굴엔 내색을 않고

하루 내내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오직 아버지만은 불쌍타 생각하시지만
이웃에 남들이야 나를 어찌 알리오


밤 늦도록 쉬지 않고 베를 짜노라니
베틀소리는 삑걱 삐걱 차갑게 울리네
베틀에는 베가 한필 짜여졌지만

뉘집 아씨 시집갈 때 혼수하려나
손에다 가위잡고 옷감에 잘라 내려면
밤은 추워 열손가락 마디마디 곱아 온다네

남들위해 시집갈 옷 짜고 있지만
해마다 나는 홀로 잠을 잔다

-가난한 처녀의 노래 /허난설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