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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도종환

물망초원 2021. 12. 19. 13:17

겨울나무 /도종환

 

앞새 다떨구고 앙상해진 져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하였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 온 청춘

아프고 눈물 겹게 지켜낸 한시대를 빼놓고

-겨울나무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