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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박목월

물망초원 2025. 3. 9. 13:29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 으로 틔어 있는 골목길마다

수국색(水菊色)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돤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행복한 동행 /2007년 3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