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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녀음 /허난 설헌

물망초원 2016. 2. 9. 12:54

빈녀음 /허난 설헌

 

얼굴맵시야 어찌 남에게 떨어지리오

바느질 길쌈솜씨 모두 좋은데

 

가난 한 집안에서 자라난 탓에

중매할미 모두 나를 몰라 준다오

 

춥고 굶주려도 얼굴엔 내색을 않고

하루 내내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오직 아버지만은 불쌍타 생각 하시지만

이웃에 남들이야 나를 어찌 알리오

 

밤 늦도록 쉬지 않고 베를 짜노라니

베틀 소리는 삐걱 삐걱 차갑게 울리네

 

베틀에는 베가 한 필 짜여졌지만

뉘집 아씨 시집갈때 혼수하려나

 

손에다 가위잡고 옷감 잘라 내려면

밤은 추워 열손가락 마디마디 곱아 온다네

 

남들위해 시집 갈 옷 짜고 있지만

해마다 나는 홀로 잠을 잔다

-가난한 처녀의 노래허난 설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