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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빛 /이해인

물망초원 2020. 8. 15. 13:14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 된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 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 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이는

 

청청한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 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말의 빛/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