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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에/김소월

물망초원 2013. 9. 27. 22:35

 가을 저녁에/김소월

물은 희고 길고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고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는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 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또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