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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름다운건/이해인

물망초원 2018. 9. 29. 12:15

가을이 아름다운건/이해인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 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여름 해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 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 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에찬함

 

뒹구는 낙엽이여

하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라미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수녀시인 이해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