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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5월/노천명

by 물망초원 2022. 5. 22.

푸른5월/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위에 그린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첮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슾에 내 젊은
꿈이 나비 같이 안은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에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뻗어나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가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 를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렇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설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밥 푸른 물결을 혜치며
종달이 모양 내 맘은 하늘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푸른5월/노천명-